Die Reise nach Gomsk





산도 땅도 모두 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보이는 거라곤 까만 철길과 파란 하늘 뿐인

깊고 깊고 깊은 산골의 간이역

 

보따리를 진 할머니 몇 분..

조촐한 승객을 내려놓고 기차는 저만치 멀어져간다

 

대합실에는 벌겋게 녹이 슨 난로가 하얀 김을 뿜고

사람들은 말없이 언 손을 내민다

 

딱히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서 느릿느릿 사람들의 움직임을 구경하거나
싸구려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자면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산골에는 벌써 퍼렇게 어둠이 내린다

굳이 가로등을 밝히지 않는 욕심없는 마을

어둠에 순응하는 착한 이들은 모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간이역엔 역무원과 나 뿐이다

 

'마지막 열차입니다..'

무뚝뚝한 안내방송을 듣고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19살의 내가 꿈꾸던 20대의 여행이었다

단편 드라마에서 봐두었던건지

끝없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는지는 몰라도

모름지기 20대의 여행이라면 저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게으르거나 용기가 없거나 ..

혹은 뭐 그저 그랬던 20대가 흐르는 동안

이미 여러 개의 연약한 간이역들은 폐쇄되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곰스크도 하나씩, 하나씩 잊혀졌지만...

"널 그대로 보낼 순 없어"

 

 

 

 

이제야 가보게 된다

20대에 마지막으로 계획해, 서른의 나에게 선물하는 첫 여행

무사고 인생 30년이 되도록 잘 견뎠으니 주는 선물

 

주억이며 부탁하고 다짐하는 말

'앞으로는 잘 살아, 살아지지 말고, 삶을 살아.. '

 

 

 

모든 욕심과 후회를 지워버리는 압도적인 적막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가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

- 하, 그 안에서 내 무력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느껴지는 평온함은..

 

겨울 밤하늘의 별빛을 상상하면 벌써 설렌다

한시간도 좋고 두시간은 더 좋다 

음악을 들으며 별의 흐름에 시선을 던져두는 시간은 꿈만 같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소리와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나는 곰스크에 간다

 

 

 

 

 

 

 

 

+

 

그놈의 곰스크...

도대체 곰스크가 뭐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었다

 

Die Reise nach Gomsk - Fritz Ohrtman

 

별로 인기없는 독일소설

그나마 작가는 저 이야기빼곤 딱히 작품도 내놓지 않았다 한다

10년 전 쯤이었나.. 어쩌다 인연이 흘러 나에게 온 이야기다

 

작년 12월, '곰스크로 가는 기차' 번역본이 출판됐다

 

곰스크로 가는 여행, 곰스크로 가는 기차 ...

 

청량리발 열차가 출발하면 첫페이지를 열겠지만

곧 펼쳐지는 절경에 금방 책을 덮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건 정말로 괜찮다

그 때야말로 신화속의 공간이 아닌

진정한 나의 곰스크로 가는 순간이니까

 

 

 

 

Gomsk, Gomsk, Gomsk
Ich will dahin gehen 
Um die Karte zu kaufen
sammle ich mein Leben und Zeit
Gomsk, Gomsk, Gomsk
Ich will dorthin gehen
Ade von meiner Sorge
Da gibt's meinen Fri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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